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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몰고 가는 흑인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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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3-01-31 21:14 조회4,6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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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화창한 봄날씨 같은 오늘이다. 기온은 영하 5도....정말 포근한 날씨다. 지난주부터 연일 -20도를 오르내리고 체감온도는 -40도까지 우습게 내려갔었음을 상기하면 오늘같 은 날씨는 그야말로 푸근한 날씨 그 자체인 것이다. ^^;

볼일이 있어 영사관을 다녀오는데 매길대 정문에서 학생들이 떼로 모여 무슨 모금 같은걸 하고 있 다. 종이컵을 손에 들고 작은 전단지 한장을 다른 손에 들고 흔들며 푼돈을 모금중이었다. 신호대기차 바로 정문 앞에 서 있는 자동차로 왠 넉살좋은 녀석이 쪼르르 다가간다. 그리고는 실실 웃으며 큰소리로 외친다.

" You drive a Jaguar!!! You have change!! "

(어? 아줌마~ 정말 멋진 재규어를 모시네요~ 잔돈 있으시죠? 모금에 동참 좀 해주세용~~)
그녀석 목소리가 하도 우렁차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언듯 보니 정말 재규어 승용차다. 은빛색의 아주 길다랗고 커다란 중형차다. 페라리, 포르쉐, 재규어 같은 자동차는 물론 이 나라에서도 돈 꽤나 있는 사람들만 탈 수 있는 차다. 운

전석을 보니 얼굴에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흑인 아줌마가 빙긋 웃고 있다. 그 총각이 한번 더 소리 를 지르자 알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창문을 내리고는 모금에 응해주는데.... 왠걸... 잔돈이 아니다. 동전 몇개를 기대했던 그 학생은 지폐가 건네지자 입이 주욱 찢어지며 환호성을 지르는거다.

주위에 있는 다른 애들도 그 광경에 동시에 소리를 질러대고...순식간에 떠들썩 해진다. 다시 신호가 바뀌고 그 재규어는 미끄러지듯 그들 옆을 떠나가고.... 활짝 웃으며 손을 연신 흔들어대는 학생들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넉살좋고 매사에 긍정적일것만 같은 그 총각 덕분에 수십명에게 동전들을 받아 모아야 겨우 될만한 액수를 한방에 모금해버린 것이다. 기회는 어느날 무심코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 한다. 마치 아까 그 학생 옆에 무심코 신호대기에 걸려 서있던 재규어 승용차처럼 말이다.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그 기회는 절대로 우리에게 먼저 손 내밀지 않는단다. 그냥 지나칠뻔한 재규어 승용차에 다가가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하지 않았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겠는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그 기회란 녀석 말이다. 200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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