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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호 잘(안)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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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3-02-18 22:28 조회3,4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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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선진국의 모습은 이런것일까...

캐나나 몬트리올이라는 도시에서 지난 1년여동안 차를 몰고 다니면서 느낀 감상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질서 준수하는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동차들의 준법수준은 우수하지만 보행자들의 그것은 영 아니다.

나도 이젠 습관이 되다보니 보행자가 있든 없든 다른 차들이 있든 없든 경찰이 있든 없든 교통표 지판이나 신호에 대해서는 칼같이 지키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도 과속은 잘 하지 않는다. 그 덕 분인지 지금까지 도로에서 교통경찰과 맞부닥뜨린 적은 한번도 없다.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다. 물 론 "STOP" 표지판 앞에서 완전히 멈추지 않고 슬금슬금 다가가서는 다시 부웅~ 하고 지나가기는 하지만 그정도는 애교로 봐줘야하지 않을까. 주변에 보행자도 없고 자동차도 하나도 없으니 말이 다. ^^;

그런데 문제는 보행자들이다. 그들은 거리의 무법자다. 신호등을 왠만하면 잘 지키지 않으니 말이다. 2차선의 이면도로나 간선도로에서는 물론이고 4차선의 대도로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차들이 씽씽 지나가고 있지만 순간포착을 해가며 그냥 슬금슬금 길을 무단횡단 해버리는거다.

맨 처음 몬트리올에 왔을때, 순진한 우리는 횡단보도에 정확히 서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기 를 기다렸드랬다. 그런데 왠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냥 건너다니는거다. 차가 접근하는지 어 떤지를 슬쩍 곁눈질을 한 다음 별 무리가 없겠다 싶으면 신호등 무시하고 그냥 통과!! 멀뚱멀뚱 신 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서있는 우리만 뻘쭘해졌다. 몇 번을 더 그런 꼴(?)을 겪은 후에는 우리도 바로 적응해버렸다.

차들이 지나가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게 우선이고 신호등은 그 다음이다. 어 찌보면 그게 현명할런지 모른다. 바쁜 마당에 그냥 건너도 아무런 위험도 없는 상황에서 멀뚱히 신호등만 쳐다보고 있는다는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이젠 그게 당연해졌다. 그러나 차량이 뜸한 이면도로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치자. 문제는 4차선 대도로에서도 그런 짓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있다는거다.

여기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런다. 신호등은 신경 안쓰고 오로지 지금 건넜을때 차에 치일것인지 괜찮을것인지를 우선 판단한다. 그 래서 되겠다 싶으면 냅따 뛴다. 무단횡단이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신호등만 보고 운전 을 하면 큰코 다칠 수 있다. 신호등은 물론 저만치 길가에 서서 얼쩡거리는 보행자들까지 예의주 시를 해야만 하는거다. 언제 튀어나와 무단횡단을 시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ㅡ.ㅡ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와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저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접근하던 차량 운전자는 틀림없이 경적을 울 려댈것이다. 한술 더떠 창문을 내리고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붓고 지나갈 것이다. 실제로도 한 국에서 그런 경우를 목격한적도 많았다. " 야~ 너 죽고싶어? 죽을려고 환장했냐? 신호등 똑바로 못지켜, 엉? " 뭐 대충 저런 고함소리들일것이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는게 참 이상스럽다. 비록 보행자가 저만치서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거의 경적을 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창 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그냥 속도를 줄여 서로의 충돌을 방지하려는 노력 을 할 뿐이다. 지금 그 운전자도 보행자가 되었을때 분명 저런 무단횡단을 하고 다니는게 분명하 다. ^^; 암튼 무단횡단이 밥먹듯 행해지고 있으나 교통사고는 그에 비례해서 증가한다거나 그러 진 않는것 같다. 역시 이상한 일이다.

한가지 더...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간 난리가 날 만한게 있다. 바로 중앙선을 침범하여 자행하는 무단 좌회전이다. 예를들어, 내가 가고자 하는 건물이 지금 운전중인 도로의 왼편에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보통의 경우라면 일단 지나쳐서 좌회전 가능한 도로에서 좌회전을 해서 돌아가든지 혹은 U턴을 하든지 아니면 우회전 후 차를 돌려 그 건물앞 도로를 타고 들어가야 정상적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 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니다. 왼쪽편의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 그냥 그 자리에 우뚝 선다. 좌측 깜빡 이를 켠 채 그냥 서는거다. 맞은편 도로에서 차들이 뜸해질때까지...그래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 하여 그 건물로 들어가는거다. 이 얼마나 용감한 행동인가!!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그게 너무도 당 연시되고 있다는게 또한 놀랍다.

더더욱 놀라운것은.... 그런식으로 불법유턴을 하려고 1차선에 서 있는 차량에 대해 아무도 경적을 울리며 짜증내지 않는다는거다. 하도 익숙하고 당연시되는 관행 이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차량 한대 때문에 뒤로 줄줄이 차들이 늘어서 있어도 아무도 빵빵거리지 않으며 그 차량이 좌회전에 성공할때까지 그냥 기다리고 있든지 아니면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해 서 그냥 지나간다. 그 건물에서 나올때도 마찬가지다. 좌측 깜빡이를 켜놓고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다가 괜찮겠다 싶 으면 잽싸게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하는거다.

음...우리나라에서 저런짓 하다 경찰에게 걸리면 벌점에 벌금이 돈 십만원 가까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도 저런짓을 자주 하지만 아직 경찰 에 적발되어 문제가 된적은 없었는데.....혹시 또 모르지. 그러다가 덜컥 경찰차가 잡기라도 한다 면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ㅡ.ㅡ

암튼, 엄연히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든데도 달리던 차가 서행해야 하며 절대 경적을 울리지 않 는 이 동네다. 버젓이 중앙선을 침범해 좌회전을 해대도 뒤에 늘어선 차량에서 빵빵거리지 않는곳 이다. 그래도 누구 보는 사람 없어도 정지 표지판이라든지 빨간 신호등에 맞춰 일단 우뚝우뚝 잘 멈춰 섰다가 다시 출발하는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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