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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나란히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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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03-19 02:31 조회2,2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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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가 아픔니다.
벌써 한 달도 훨씬 더 지났나봅니다.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나으려니 하다가 결국 병원엘 갔습니다.
지난번에 진찰했었던 그 의사가 또 진찰을 해줍니다.
그녀는 할머니 의사입니다.
허리는 약간 굽었으며 앉거나 일어설때 조금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연세가 많으십니다.
병원놀이를 통해 익숙해져 있음에도 서현이는 다소 무서움을 표시합니다.
청진기로 심장박동과 호흡소리를 듣고 귓속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울먹울먹하는 서현일 간신히 달래며 콧속을 보는걸로 진찰을 끝냈습니다.
다행이랄지, 기침으로 인한 천식 증세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귓병과 콧병이 있다고 합니다.
처방전을 써줍니다.
글씨를 쓰는데도 그 할머니 의사는 힘겨워하는듯 보입니다.

약국에서 약을 타왔습니다.
이것저것 종류도 많습니다.
먹는 물약도 있고 물과 반반씩 섞어서 귀에 넣는 약도 있고 또 코에 넣는 약물도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귀는 그렇다 치고 코에 액체가 들어가면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진 않은데 말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이나 그래야 한다니 투약하는데 난관이 예상됩니다.
먹는 약은 하루 세번 먹어야 합니다.

오늘은 물론 데이케어에 가는 날입니다.
점심식사 후 먹일 약을 투약기에 담아 챙겨 갑니다.
그러나 경험부족에서 오는 실수를 하나 하고 맙니다.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행위는 굉장히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직접 와서 먹이든지 아니면 의사의 처방전을 제출해야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처 모르고 처방전을 갖고 오지 않았으니 순간적으로 난감해집니다.

서둘러 점심도시락을 먹고 서현이에게로 갑니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15분경.
낮잠을 자는 시간인지라 모두들 콜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서현이도 저만치서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습니다.
거의 일어날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하길래 약을 먹이기 위해 서현일 건네받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서현인 잠에 취해있습니다.
낮잠 잤냐고 매일같이 물으면 안잤다고 오리발을 내밀던데 사실은 그게 아닌모양입니다.
밤에 보통 11시는 기본이고 어떨때는 12시가 훨씬 넘어서야 겨우 잠을 자주니 말입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게 좀 안스럽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약을 잘 받아먹는데 오늘은 통 마땅치않아 하니 말입니다.
잘 달래고 알아듣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고 한참을 안고 있은 후에야 겨우 먹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사이 아이들이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 복도로 나옵니다.
서현이가 오줌이 마렵다고 합니다.
복도에 나가보니 이미 아이들 예닐곱명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낮잠을 자고 나면 으례껏 화장실에 가는 모양입니다.
선생님이 맨 앞에 서고 그 뒤로 아이들이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줄을 만듭니다.
서현이도 그 줄 가운데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서현이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엉엉 울고 있습니다.
서현일 밀어넣고 뒤로 빠져나오는데 서현인 자꾸 뒤를 돌아보며 흐느끼고 있습니다.
서현이의 키가 제일 작습니다.
앞에 서있는 아이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고 또 그 뒤에 다른 아이가 서니 잘 보이질 않습니다.
계속 울면서 서현이는 그 대열에 끼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화장실을 향해 나란히 걸어갑니다.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밖에서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봅니다.
아빠를 찾느라 여전히 서현이는 두리번 거리며 울고 있습니다.
저만치 사라집니다.
왜 저렇게 우는건지 알것도 같습니다.

화장실 다녀와서 곧 울음을 그치고 잘 놀고 있겠지 하며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아빠가 되기는 쉬워도 제대로 된 아빠 노릇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뒤를 돌아보는 서현이의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저녁에 서현이를 데리러 가서는 다른날보다 더 꼬옥 안아줘야겠습니다.



20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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