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목욕시간
서현이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목욕을 한다...그러려고 노력을 한다... ㅡ.ㅡ;
어떨때는 머리부터 감고 또 어떨때는 이런저런 장난감들을 가지고 목욕통 안에서 실컷 놀고 난 후에
비로소 머리를 감는다. 물론 후자가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영악한 아빠는 목욕시간을 단축시켜보고자 서현이에게 늘 deal을 시도한다.

" 서현아~ 우리... 머리부터 감고 그 다음에 장난감 가지고 놀까? "

늘 그렇게 협상을 시도해보지만 서현이는 언제나 같은 대답이다.

" 아니... 개구리랑 악어랑 코끼리랑 같이 놀고 그 다음에 머리 감을꼬야~~ "

ㅡ.ㅡ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영악한 아빠는 다시한번 더 꼬셔본다.
이번엔 그럴듯한 이유를 꾸며대서.... ㅡ.ㅡ;
그랬더니만 서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묻는다. 영어로...

" Why? "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버텨본다.

" 머리부터 감고 놀아야 더 좋은거야. 그래야 더 깨끗해지고 친구들도 좋아해... "

아...너무 궁색한 이유다. 사실은 목욕시간을 줄여보려는 얄팍한 술책인데 말이다...
그러나 서현이도 물러서지 않는다.
먼저 놀고 난 후에 머리를 감는다고 완강히 우긴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현이에게 물어본다.

" 왜에? "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서현이는 이런다.

" 와이? 왜? 음..... 비커어즈.... 서현이 지금 배고프니까.... "

@.@

이 무슨 황당한 이유란말인가.
어쨌거나 why, because... 그 두 단어를 아주 실감나게 그리고 구성지게 뽑아내는 서현이다.
그 이후 서현이는 그 두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 서현아~ 밥 먹고 나서 비디오 보는거야~~ "

" 아니야 아빠, 비디오 보고 그 다음에 밥 먹을거야~~ "

" 왜에? "

" 왜? 와이? 비~ 커~ 어~ 즈~~~ 서현이 심심하니까... "

서현이의 엉뚱한 대답에 할말을 잃어버리는 우리 부부!!! ^^


2003.9.5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