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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담에 마음 놓기] 121 - 흑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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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본에는 땅과 바다와 얼음과 사막이 있다.
그곳에는 수많은 선들이 그어져 있고, 그것들은 경계선이 되어 나라와 나라를 구분한다.
우주에서 바라보이는 실제의 지구에는 그러나 아무런 선도 그어져 있지 않다.
사람이 필요에 의해 지도에 그려 놓았을 뿐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 바다가 있으니 제각각 섬인 게다.내 섬 조차 갈기갈기 나뉘어 온갖 선들로 뒤얽혀 있거늘 어찌 타인의 섬 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있으랴.
아무도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듯 나 또한 그들의 마음속을 엿볼 수 없음은 한편으론 지독한 축복이다.
인류가 공영할 수 있는 원천인 까닭이다.
오늘도 오만가지 생각을 정처없이 베고, 피 묻은 검을 술로 씻으며 흑주술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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