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처음으로 /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BJ 이야기
프로필 (봉용)

최근 방문자

445
646
790
280
155
303
18 19 20 21 22 23
현재위치 : 홈 > BJ 이야기 > BJ 이야기

글쓰기 30일 도전기 - 4일차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2-05-02 20:29 조회106회 댓글0건

본문

<18년 연재만화 열혈강호를 접다>

전자책 플랫폼 프드프가 마련한 행사에 참여중이다.

이름하여 “초사고 글쓰기 30일 챌린지 3기”.

작심삼일의 고비를 일단 무사히 넘겼다.

오늘은 4일 차다.

 

 

과제의 개요는 내 글을 읽을 사람, 내 글이 필요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그래서 그들은 현재 어떤 상황일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는 것이다.

 

 

음...

이번 주제를 읽으면서 동시에 가슴에 얹혀있는 묵직함이 꿈틀거린다.

네 글자가 선명하게 뇌리를 강타한다.

 

 

열 혈 강 호

 

 

그들은 아직도 내 글을 기다리고 있을까?

분명 내가 한 약속이 있는데 나를 욕하고 있지는 않을까?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 믿고 종종 들러보는 사람도 어쩌면 있을지도?

 

 

내친김에 홈페이지에 가본다.

내가 운영자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만에 처음 가보는 기분이다.

이런 정신 나간...

 

 

 

 

아, 감회가 정말 새롭다.

갑자기 시조 한 수가 읊어진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모니터를 한참 응시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의식적으로 홈페이지 하단을 본다.

오늘 48명이 들렀다. 어제는 125명이었다.

하루 최대 방문자는 9,879명이었고 전체 숫자는 380만 명이 넘는다.

전체 회원수는 4,420명이다.

그것이 지난 2001년 여름에 오픈한 “BJ 열혈강호” 홈페이지의 전모다.

 

 

첫 글은 그해 8월 30일에 올렸다. 열혈강호 단행본 25권부터 스토리를 편집해서 등록하기 시작했다. 열혈강호가 어떤 만화인가? 대한민국 종이 만화의 자존심이라고 한다면 과대망상일까?

열혈강호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연재되고 있다. 무려 28년째다. 당연히 우리나라 최장기간 연재 기록을 매번 갱신 중이다. 전극진/양재현 콤비의 열정은 이제는 사실 많이 식었겠지만(여전히 뜨겁다고? 에이, 설마...) 그래도 펜을 놓지 않고 있다. 완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을 더 가야 할지 그들조차도 알지 못할 것이다. 2022년 4월에 단행본 85권째가 발간되었다.

 

 

그 두 작가님들도 대단하지만 나도 대단했었다.

열혈강호는 격주간 연재되는 만화로서 1년에 평균 3권씩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나도 어릴 적 꿈 중에 하나는 만화가였기에 여전히 만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런 꿈의 편린 하나가 여전히 뇌리에 박혀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멀쩡하게 만화로 연재되는 것을 굳이 글로 풀어쓰는 작업을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일 거다.

 

 

BJ 열혈강호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만화 연재본을 봤다. 그림으로 실컷 보고도 다시 스토리 글을 읽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그림이 없이 글자로만 편집된 스토리를 보며 나름 또 다른 맛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그 당시에 나는 어떤 심정으로 그런 짓을 감행했을까? 그것은 내면의 글쓰기도 외면의 글쓰기도 아니었지 않았나? 그냥 취미이자 어떤 개똥철학 같은 사명감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열혈강호 편집 스토리를 게시했다.

무려 18년 동안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홀연히 나는 하던 짓을 멈추게 된다.

이유는 묻지 말아 달라.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테니까.

 

 

사실 매달 두 번씩 은근히 공수가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연재된 만화를 보면서 작가님들의 고초를 느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담긴 의미를 캐고 대사의 행간에서 더 깊은 맛을 찾으려 애썼다. 원작에 없는 대사를 일부러 끼워 넣기도 하고 괜한 상상력으로 다음 스토리를 예측해보기도 했다.

만화에 있는 모든 글자들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으려 했다. 뺄 건 빼고 대신 그림 자체를 해석해서 원작과는 희미하게나마 다른 맛의 느낌을 내보려고 했다. 그래서 작업 시간이 2시간은 족히 소요됐다. 주로 주말에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것은, 특히 주말에는 가족에게 충실해야 하는 남자 어른용 의무에 손상을 주는 행위였다. 그래서 그런 짓을 돌연 접게 되었다.

 

 

지금 자청의 30일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시점에 돌이켜본다.

 

 

그때 열혈강호 만화를 스토리로 재편집해 풀어내는 작업은 글쓰기였던가?

창작과는 거리가 먼, 그저 그림과 대사를 글자로 옮겨 적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던가?

그것이 글쓰기 훈련 또는 돈이 되는 일이었던가?

그 질문에 대한 선택지는 부정적으로 채색된다.

 

 

자청의 과제를 풀어내면서, 글쓰기를 하면서 두뇌를 환기시켜본다.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 남아있을까?

내 글이 필요한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내 글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지금 어떠할까?

 

 

내가 그들 입장이 되어본다.

우선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 것만 같다.

스토리 편집 홈페이지를 열면서 큰소리 쳤었다. 열혈강호 만화가 완결되는 그날까지 계속하겠노라고 말이다. 나름 뚜벅뚜벅 18년을 지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예고 없이 절필을 했으니 얼마나 실망했을까? 실망에 앞서 짜증이 날 법도 하다.

 

 

벌써 만 3년이 넘은 시간동안 BJ 열혈강호 홈페이지(koreahome.kr)는 폐업 상태다. 무성한 잡초를 쳐내고 다시 문을 열 수 있을까? 아직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열혈강호 만화를 오로지 글로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는지 나조차 몹시 궁금하다.

 

 

지금 다시 가보니 오늘 방문자가 78명이고 현재 접속자도 6명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48명이었다. 뭔가 의미심장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여담이지만, 스토리 연재를 중단하기 얼마 전에 진지한 제안을 받기도 했다. 내 홈페이지를 사겠다는 거다. 열혈강호 컨텐츠를 확장하고 쇼핑몰 기능을 융합시키고 싶다했다. 의향이 있다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와 인수 금액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거절했다. 후회하진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내 생각을 깼어야 했다. 뭔가 사업 아이템으로 유연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어야 했다. 자청이 말하는, “초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실행했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그런저런 후회나 아쉬움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응시하며 그런 감정들을 거름으로 삼으면 되기 때문이다.

생각은 이미 바뀌었으니 감정이 바뀔 테고, 그러면 인생이 바뀔 것인 까닭이다.

 

 

열혈강호 완결의 그 날까지 스토리 연재를 계속하겠다는 내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전극진, 양재현 작가님의 연세를 합하면 106살이다.

만 나이다.

예상컨대 앞으로 몇 년 내에 끝날 수 있는 만화가 아니다.

아직 식언을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으니 됐다.

여전히 묵묵히 남아있는 4,420명 회원님들과 그 끝을 함께하고 싶은 맘이다.

 

 

생각 한 꼭지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자청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초사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Are you sure?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Total 625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Copyright 2006~2024 BJ 열혈강호.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해피정닷컴
오늘 302 어제 155 최대 9,879 전체 3,989,750
전체 회원수: 4,659명  /  현재접속자: 11명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