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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라인 비욘드 : 3화 - 살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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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05 18:00 조회2,4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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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옆 소나무숲을 걷고 있는 정체불명의 여자와 더 이상한 반중력 물체.

호위무사처럼 그 물체는 여자의 어깨 근처 서너 뼘 거리의 허공을 비행하며 동행한다.

 

부스럭~

 

사십 여 미터 떨어진 수풀이 뭔가의 움직임에 휘청거린다.

그저 바람소리로 흘려들을 수도 있는 작은 소리였다.

호위무사 물체가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그 찰나다.

 

이런 걸 보고 전광석화라고 한다.

그것은 번갯불처럼 반짝이는 불빛처럼 대단히 짧은 순간이다.

그 물체는 소리와 움직임이 감지된 그 지점을 향해 정확히 쇄도한다.

 

쉬이익~

 

퍽!

 

다시 고요해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을 해볼 틈보다 더 순식간에 그 일은 터졌다.

여자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그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잠시 후, 호위무사 물체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나타나 여자 어깨 부위 공중에서 멈춘다.

 

“륙 ! ... 너, 정말...!!”

 

여자는 화가 나있다.

 

조금 전엔 륙의 수다스러움에 짜증이 나려다 말았는데 이제는 한술 더 떠 살생을 저지른 것이다.

륙의 동그란 표면을 타고 선홍색 피 한 방울이 도르륵 굴러 땅으로 톡~ 떨어진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핏방울이다.

 

그들이 출현하기 전부터 개 한 마리가 소나무숲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목줄이 있으니 들개는 아니다.

잠시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개로서는 한가로운 산책 중에 갑자기 나타난 물체가 바다에 추락하는 광경을 목격한 거다. 움찔하며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던 차에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그 곁을 지나치는 순간 살짝 움직임이 있었겠다.

사실 곁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다. 40여미터 정도.

바로 그 찰나에 륙은 호위 모드를 발동시킨 거다.

본래 정해진 형태가 없던 녀석은 그야말로 번개처럼 개를 향해 쇄도했다.

구형의 형태가 점차 날카로운 비수로 변모하면서 말이다.

 

은빛 비수는 정확히 개의 심장으로 들어가 두개골에 구멍을 남기고 빠져나왔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죽임을 당한 개 자신도 의식할 틈이 없었을 테다.

외마디 신음 하나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란,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왜 화를 내고 그래.”

 

륙의 지껄임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그녀의 시선은 방금 살생이 벌어진 수풀을 향하고 있다.

그쪽으로 움직이려다가 이내 멈춘다. 소용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륙의 능력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자의 이름은 ‘란’이고 그 물체는 '륙'이라 불린다.

륙은 Bio-Machine이다.

유연한 생체 특성과 강건한 기계의 물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칩이 내장되어 있다.

지구의 현재 시대 과학기술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고 따라할 수도 없는 그런 기술의 범주다.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꿀 수 있으며 또한 강철같은 견고함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가속이 가능한 생체기계다. 어디 그뿐이랴. 스텔스 기능이 있어 모습을 감출 수 있으며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소위 반중력 모드 구현까지 가능하다. 살상은 물론 파괴를 위한 병기로써 손색이 없다. 그런 목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란의 호위무사로서 륙은 자기 할 일을 한 것 뿐이라며 떳떳하다.

허나, 란의 입장은 다르다.

그녀 또한 수풀에서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지만 살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살기의 감지...

바로 그 부분이 륙으로서는 여전히 부족한 능력이다.

일단 파트너와 정신감응 뇌파 매칭이 완료되면, 가장 중요한 미션은 파트너의 안전 유지다.

파트너 호위 임무 수행을 위해 최적화되었을 뿐, 란이 감지한 것처럼 살기는 감지하지 못한다.

만일 란이 살기를 느꼈다면 동시에 륙은 란의 뇌파를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동시에 그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비상모드로 순식간에 전환되어 임무 수행에 돌입하는 식이다.

륙이 생명체가 풍기는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기에 가끔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야 만다.

그때마다 란은 륙에게 대놓고 성질을 부려보지만 그뿐이다.

오히려 란은 자신을 자책하는 게 맘이 편하다.

... 저 놈이 발진하기 전에 내가 막았어야 했는데 ... 이번에도 좀 늦었어... 이번에도...

원천적으로 AI칩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이 없음을 란은 잘 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현재 이곳에서는 불가능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너... 나를 지키랬지, 막무가내로 살생하라고는 하지 않았을 텐데!”

 

“살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너를 지킬 수만 있다면.”

 

“어휴~ 그래 그래. 말을 말자. 그래도 칭찬은 못 해주겠어.”

 

란은 손사래를 치며 가던 걸음을 재촉한다.

륙은 란의 정수리 위, 정확히 1미터 상공에서 스텔스 모드로 바꾸며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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