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의 모가지를 조르는 개구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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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14 18:57 조회3,942회 댓글0건본문
오늘 꽤 괜찮은 책 한 권을 정주행했다.
무려 8년 전에 출판되었고 2년전에 21쇄를 발행한 책이다. 저자의 부인 별명은 백여우란다. 맞다. 그는 요즘 슬슬 입소문 나고 있는 스노우팍스 기업 등의 경영자이며 슈퍼리치다.
그 책 193쪽에 실린 이야기에 황새와 개구리 삽화가 있다. 저 그림은 그걸 보며 인터넷을 잠시 뒤적거렸고 어느 이미지를 따라 그려본 거다. 노트에 볼펜으로 한 번에 그린 거라 투박하고 선도 어긋나 있다. 저자는 저 그림에 "절대 포기하지 마라" 라는 제목을 붙였단다.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저 개구리, 남다른 녀석이다. 혹시 개구리계의 터미네이터급 용병인가? 설마 일부러 미끼가 되어 황새 입에 들어가는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던가? 최종 목적은 황새 사냥이었던가? 그렇다면 소름이 돋는다. 황새 한 마리면 개구리 나라 국민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양이런가? 잠깐... 개구리가 고기를 먹던가?
아무튼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그것은 목숨이라도 기꺼이 걸 수 있을 때 진정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밥 파는 CEO 김승호 회장은 황새 목을 조르고 있는 개구리 그림을 보며, 오늘부터 마음속에 개구리 한 마리 키워보시라고 강력하게 주문한다.
<황새에게 먹히지 않는 개구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대략 이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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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에게 사냥당하여 꿀꺽 삼켜지는 순간에도 기절하지 않을 담대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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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모가지를 조르려면 평소에 근육을 키워놓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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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어디 쉬운가... 그렇기에 꾸준히 체력을 강화하는 성실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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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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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가장 최선은 황새에게 사냥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또 다른 개구리가 떠오른다.
“우리들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조국, 트위터 2012.3.
나로서는 10년 전에 트위터 저런 글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허나, 2년 전 다시 회자되며 빅뱅급의 이슈가 되었던 글이란다. 굳이 트위터 원문 그대로를 옮겨 적고는 곱씹으며 새삼스럽게 읽어본다.
김승호 회장이 인용한 개구리와 조국 전 장관이 언급한 개구리는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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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어려움이나 위기에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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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는 "용이 뭐래?" 하며 붕어랑 가재랑 좋은 이웃들과 어우러지며 행복하게 사는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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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긍정적인 사고로 평소에 운동 열심히 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수성가형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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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는 오래 묵은 이무기 중 운 좋은 놈 하나 용이 되는 행운을 잡는 거라며 혀를 차는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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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황새 목 조르고 살아남아 그 무용담을 전파하며 리더가 될 개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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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자는 실체 없는 구름 위보다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들기 새마을 운동의 리더가 될 현실적인 개구리다.
아, 또 한 마리의 개구리가 생각났다.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리리 개굴개굴 삘릴리리
삘리리 개굴개굴 삘릴리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개구리 소년 애니메이션 주제가, 1982
어쨌거나 저쨌거나 언급한 세 마리 개구리 모두 캐릭터 자체로는 별 하자가 없어 보인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불굴의 개구리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사회를 변화시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화합형 개구리요, 칠전팔기의 패기와 끈기로 피리 불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웃 친화적 개구리인 까닭이다. 뭐, 아니면 말고...
그림 한 장 슥슥 그려보고는 물끄러미 쳐다보며 별 잡념에 다 빠져든다.
그런데, 황새 입장은 또 어떠할까? (아... 얘기 또 길어진다. 이쯤에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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