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강호 418화
전극진/양재현 작품
비줴이 편집/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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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입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어제 가평에 갔었습니다.
쏟아 붓는 폭우에 운전하다가 아찔한 순간도 있는 등 고생 좀 했지요.
그래도 오늘 오전에 잠시나마 강물에 발을 담궜더니 시원하더라구요.
조금만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옵니다. ^^;
올 여름, 지치지 않게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1. 검마, 종리우 그리고 사음민
딱 봐도 험하디 험한 협곡이다.
정상까지 구불구불하게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 뭔가 있는 거다.
어두침침한 실내.
커다란 벽면을 등지고 검은 그림자 하나 앉아있다.
그리고 그 앞 저편에 잔뜩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또 한 사람 있다.
근엄한 표정으로 턱을 고인 체 앉아 있는 이는 바로 검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닥에 코가 닿을 듯 엎드린 이는 종리우다.
차가운 공기를 묵직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난 네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게 네가 장담하던 결과냐?”
검마의 표정이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다.
종리우는 그저 입이 열 개라도 유구무언인 상황이다.
대단히 실망한 기색의 검마다.
그의 명령은 물론 두 번의 기회를 모두 실패한 부하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검마의 표정이 조금 더 어두워진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옆에 기대 놓여 있던 검집에서 검이 저절로 뽑혀진다. 허공섭물이다. 검마의 내공만으로 검은 허공에 떠서 그 칼끝을 종리우에게 향하고 있다. 이제 검마의 손짓 하나면 번개처럼 종리우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두 번의 기회는 말 그대로 은혜를 베푼 것이다. 그에 대한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종리우 또한 잘 알고 있을 터다. 종리우의 눈빛은 사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종리우가 누군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신지에서 잔뼈는 물론 평생을 버텨 낸 늙은이가 아닌가.
그는 이 와중에도 살아날 궁리에 여념이 없다. 그의 입에서 다급히 튀어 나온 키워드는 바로 ‘보고’다. 검마가 듣기 싫어할 변명 대신 과감하게 보고라는 단어를 꺼냄으로서 시간을 벌어보고자 함이다. 종리우의 선택은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검마가 관심을 보인 거다. 내친김에 종리우는 서둘러 말을 잇는다. 중원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이다.
“특히 장백산의 경우, 최근 들어 정기 연락이 아예 끊어져 버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리우는 필사적이다.
목숨을 부지하느냐는 지금의 이 순간을 어떻게 잘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검마는 흥미를 느낀 듯하다.
종리우는 속사포처럼 보고를 이어간다.
그가 두 번째로 선택한 키워드는 ‘신지의 대업’이다.
중원 정벌을 위해 그동안 신지에서 쌓아 놓은 그 모든 일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은근히 검마를 압박하고 있는 거다. 왜냐하면 그동안 지신각에서 무림에 첩자와 뇌물과 협박과 엄포를 통해 무수히 많은 중원인들을 신지편으로 포섭해 놓았기 때문이다. 정파와 사파와 갈려 서로 으르렁대며 싸우고 있는 역학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했기에 더욱 손쉽게 가능할 수 있었던 작전이기도 했다. 그것은 검마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을 구실로 종리우는 지금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거다.
“뻔뻔하지만, 부디 신지를 위해 본 늙은이가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요.”
검마는 느긋하게 다 듣고 있다.
문득문득 그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번득일 뿐이다.
종리우는 역시 교활함의 고수다.
대의명분을 내세워 신지에서 최고라 자부하는 정보집단인 지식각과 그동안 무림에서 행해 온 임무들의 중요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는 거다. 그의 마지막 카드가 검마와의 배팅에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신하는 종리우다. 검마의 입에서 이런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천신각주.... 그대의 생각은?”
그와 동시에 종리우의 동공은 크게 확장된다.
갑자기 천신각주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순간적으로 그의 뇌리에 뭔가 불길한 기분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예감은 사음민의 등장으로 현실화 된다.
검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리우의 등 뒤 저만치 떨어진 어둠 속에서 소리없이 사음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굳게 입을 다문 사음민은 그러나 눈빛은 왠지 무척 여유로우면서도 의기양양하다. 사음민의 등장에 종리우는 순간적으로 식은땀을 흘린다. 이런 상황에 나타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유리할 것 같지 않은 때문이다. 교활함에 있어서는 자기 못지않은 녀석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번 작전의 실패 또한 사음민으로서는 자기를 밀어붙일 호재가 아닌가 말이다.
그랬다.
검마는 지금 신지의 양대 정보 집단인 천신각과 지신각을 동시에 보는 거다.
그 둘을 놓고 이후의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복선 또한 깔려 있다고 보여진다.
양쪽의 보고와 변명을 듣겠다는 거다.
사음민은 또박또박 보고를 잇는다.
산신 늙은이라고 칭하는 검황에 대해서다.
비록 많은 수의 신지 무사들이 희생됐지만 그런만큼 그 늙은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는 게 나름대로 이번 작전의 실패를 통한 수확이라는 평가 의견을 보고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지신각주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게 아닌가!
무림정벌이라는 대업이 목전에 있는 이때, 한 명의 인재도 아쉬운 상황에서 작은 실수까지 책임을 물어 죽여 버린다면 신지로서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작전 실패의 책임을 물어 죽음을 면치 못할 위기에 처한 종리우를 두고 대놓고 말하고 있는 거다. 그런 말을 듣고 있는 종리우로서는 어쩌면 치욕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계속 식은땀을 흘리며 힐끔 사음민을 쳐다보는 종리우다.
“하지만, 지신각주는 자신이 장담한 작전에 실패했다. 그런데도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잔 말이냐?”
검마는 사음민의 보고에 살짝 이의를 달아본다.
그는 지금 그 무언가의 언질을 던지고 있는 것도 같다.
정작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것을 파악하는 것 또한 사음민의 몫인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사음민은 어떤 뉘앙스를 감지해 낸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 간다.
요지는 이렇다.
그동안 지신각주 종리우가 두 번이나 임무에 실패한 이유는 바로 /업/무/과/중/ 때문이라는 거다. 원래 실수할 사람이 아닌데 그러는 걸 보면 틀림없다는 투다. 해서, 지신각 업무 중 일부를 천신각에 떼어 넘겨 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한 향후 지신각이 뭔가 일을 할 때 필히 천신각과 상의를 해야 한다는 단서를 덧붙이는 치밀함을 보이는 사음민이다.
그런 사음민의 말을 듣고 있던 종리우는 피가 거꾸로 솟음을 느낀다.
그야말로 자신을 능멸하는 언사가 아닌가!
천신각이 지신각의 위에서 자신의 일을 내려다보겠다는 해석도 되지 않는가!
당연히 종리우는 발끈한다.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이다.
그러나 사음민은 그 특유의 침착함과 냉철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종리우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그런 발언인 것이다.
그것은 바로 괴명검을 거론한 것!
지신각이 관리하는 신지 무기고에 있어야 할 괴명검이다.
헌데 그 물건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었고 그 현장에 바로 사음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안을 교묘하게 연관짓는 사음민이다. 그것이 모두 지신각의 업무과중 때문이 아니냐는 거다. 종리우에게는 치명타였다. 더 이상 버텨볼 수 없게 만드는 그 한마디였다. 도무지 반박할 논리도 명분도 남아있지 않은 종리우다. 그저 백기투항하는 수밖에 없다. 살기위해서는 말이다. 종리우는 생각한다.
............... 이제 보니 이 기회를 노리느라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었군! ...............
게임은 거기서 끝났다.
종리우는 사색이 된다. 식은땀을 비오듯 흘린다. 천하의 종리우가 말이다.
서있는 사음민, 그리고 그 곁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체 엎드려 있는 종리우.
그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친다.
그 짧은 공간이 극도로 압축되며 긴장감이 가득 찬다.
너무도 태연한 사음민에 비해 종리우는 비통한 표정이다.
이윽고 종리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모든 사태를 완벽히 파악했고 이 상황을 모면할 방법 또한 이젠 알았다.
종리우는 다시 한 번 살아남기로 결심한 거다.
“천신각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종리우는 두 손을 굳게 모아 쥐며 정중히 예를 갖춰 소리친다.
그의 몸은 어느새 사음민을 향해있다.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사람은 지금 이 순간 사음민인 것이다.
역시 처세술의 달인답다.
사음민의 업무과중 제기를 순순히 받아들인 거다.
지신각의 업무 중 일부 또한 천신각에 이양할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검마 앞에서 사음민과 종리우의 불꽃 튀는 기 싸움은 그렇게 끝이 난다.
일단 사음민의 압승이다.
허나 종리우 또한 목숨을 건졌으니 결코 손해볼 건 아니다.
살아남은 이상 다음의 한 수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2. 천마신군, 홍균 그리고 흑풍회
화창한 날씨다.
천마신궁의 모습이 펼쳐진다.
그 자체가 굉장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천마신궁의 어느 넓은 집무실에 그가 서있다.
뒷짐을 지고 창 밖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뒷모습 만으로도 대단한 포스가 느껴지는 그는 바로 천마신군이다.
천마신궁의 주인이며 무림 천하의 4할을 통치하고 있는 사파의 지존이다.
그의 뒤쪽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 소리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홍균, 주군을 뵙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인 걸 보니 홍균이 불쑥 찾아온 모양이다.
홍균은 다짜고짜 묻는다.
여섯째 도련님의 행방에 관한 소식을 방금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냐는 질문이다. 뭘 그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냐는 표정의 천마신군이다. 그는 작은 편지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재미있는 내용이란다. 즉슨, 광아가 장백산에 머물다가 신지로 떠났다는 소식이란다. 홍균은 그 말에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이다.
천마신군 역시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천하의 천마신군의 자기 제자의 행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오히려 말이 되지 않는게 아닌가. 아무튼 예상은 했지만 그토록 신출귀몰하게 행동하는 게 오히려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푸념을 살짝 늘어놓는 천마신군이다.
홍균은 다급히 묻는다.
그게 사실이라면 도련님이 위험하지 않겠냐는 거다.
천마신군은 조용히 입을 연다.
“그래, 그렇다면.... 넌 이 상황에서 어쩌겠느냐?”
한 사내의 늠름한 걸음걸이가 지축을 울리는 듯하다.
이윽고 우뚝 멈춰 선 이 사내는 우렁차게 외친다.
“주군의 명은 떨어졌다! 제 7 흑풍회는 돌격대장 홍균의 뒤를 따라 출격한다. 목적지는 동령!! 임무는 한비광 도련님의 호위다!!”
홍균의 뒷모습이 그야말로 위풍당당하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더욱 기세등등하다.
바로 제7흑풍회 대원들이 일제히 홍균 대장의 명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 숫자는 가히 수백을 헤아릴 정도다.
“제 7 흑풍회!! 대장님의 명을 받습니다!!”
홍균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연병장을 빠져나가는 흑풍회.
홍균 또한 그들 뒤를 따라 몸을 날린다.
그런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는 천마신군!
그는 조금 전에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홍균의 막무가내식의 간청을 말이다.
단순하지만 의리와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홍균 돌격대장.
그는 지금 아무 생각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여섯째 도련님 생각이외는 말이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지금 도련님이 그곳에 있다.
그곳은 동령이다.
그래서 도련님을 호위하러 간다.
동령을 가려면 정파의 핵심 지역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까짓것 통과하면 된다.
한 두명도 아니고 자신의 흑풍회를 다 이끌고 간다는 점을 천마신군이 지적했지만, 뭐 어떠랴. 정파 놈들이 앞을 막아서면 어떠랴. 그냥 뚫고 지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중요한 건 동령에 지금 도련님이 있다는 거다. 그런 도련님을 지켜야만 한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거다. 그뿐이다. 그것이 바로 홍균의 스타일이다.
천마신군은 그런 홍균의 스타일을 살짝 염려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는 혀를 찬다.
.............. 쯔쯧... 고지식한 놈. 조금은 요령껏 살아도 될 텐데. 너 같은 놈에게 광아를 맡긴 게 잘한 짓인지 새삼 걱정되는구나 ..............
3. 관준형, 은총사 그리고 전서구
어두컴컴한 동굴 속이다.
작은 촛불 하나가 그 어둠을 힘겹게 밝히고 있다.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바로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고 두 눈만 겨우 내놓고 있는 사내와 제대로 복장을 갖춘 콧수염과 턱수염이 인상적인 사나이다.
바로 관준형과 은총사다.
그랬다.
조금 전, 천마신군이 받은 편지는 바로 관준형이 전서구를 통해 전달한 거다. 은밀한 정보 수집과 전달은 관준형의 특기가 아닌가. 그의 정보력은 가히 무림 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은총사가 의뢰를 강력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천마신군의 반응을 꼭 보고 싶은 은총사의 의지가 너무도 강한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제자가 정파 영역을 다 뚫고 장백산까지 와서는 다시 신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천마신군이 모르고 있을지가 너무도 궁금한 은총사다. 또한, 만일 알고 있다면 왜 움직이지 않고 보고만 있는 건지 너무도 궁금한 까닭이다. 그런 은총사를 빤히 쳐다보는 관준형. 뭔가 짚히는 게 있는 눈치다. 그는 노골적으로 묻는다.
“자네... 혹시, 천마신군과 손을 잡을 생각인가?”
은총사는 뜻밖의 질문에 주먹을 꾸욱 쥐며 부르르 떤다.
바로 분노의 떨림이다.
검황을 모시고 있는 장백산의 정파 무사 은총사가 아닌가.
누구보다도 사파에 대한 적개심은 남다를 터!
그런 그가 천마신군과 손을 잡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는 법!
이성이 감성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겪은 장백산 사태에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신지에서 심어 놓은 첩자들과 그의 추종 세력들이 얼마나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은총사는 느끼고 또 느꼈다. 냉철한 은총사는 그 모든 사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물론 결론도 이미 내린 상태다.
현재의 무림의 모습은 정파와 사파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목줄을 물고 있는 상태다. 어느 한 쪽으로 힘이 기운다면 금방이라도 제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다름 아닌 거다. 그런 불가항력의 상황을 신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거다. 그런 힘의 균형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을 이용해 그동안 신지의 세력을 깊이 뿌리내리게 할 수 있었던 거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온 무림이 신지의 손아귀에 떨어질 게 뻔하다는 게 은총사의 판단이다.
은총사가 천마신군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신지의 세력 확장을 천마신군 또한 모르지 않을 터다.
따라서 잠시만이라도 사파의 정파에 대한 공세를 늦춰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사를 묻고 싶었던 거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논리다. 현재의 적은 사파와 정파가 아니라 그 둘의 공통 적으로서 바로 신지라는 논리다. 그것을 천마신군에게 설득 또는 요청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략가인 은총사 다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지금 한비광의 곁에는 화린 아가씨가 있지 않은가! 검황의 손녀로서 장차 자신이 주군으로 모시며 정파를 이끌고 가야만 하는 그런 소중한 분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담화린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호위하러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푸 드 득
그때 흰 비둘기 한 마리가 그들 사이에 날아든다.
관준형은 전서구의 발목에서 편지 한 통 꺼내든다.
기다리던 바로 그 편지다.
천마신군으로부터 온 답장이랄까.
관준형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은총사에게 편지를 내민다.
“그들이 동령을 향하겠다는 답신일세! 그것도 1개 흑풍회 전체가!!”
그러나 은총사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가벼운 한 숨을 쉰다.
“역시 천마신군... 보통내기가 아니군요.”
조금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투다.
너무 태연한 은총사에게 역정을 내는 관준형이다.
흑풍회 한 두명도 아니고 1개 흑풍회란 말이다.
그 엄청난 숫자의 부대가 정파 영역을 가로질러 동령을 가겠다는 건 한 마디로 정파와 사파 간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 아니냐며 버럭 화를 내는 관준형이다. 그러나 은총사는 여전히 태연하다. 오히려 더 잘 됐다는 표정이다.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흘러 나온다.
“이 정도는 되어야 신지 놈들도 간이 철렁하지 않겠습니까?”
4. 매유진과 떠벌이
오랜만이다.
그녀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안대를 하지 않고, 예쁘고 커다란 눈을 하고 말이다.
높은 나무 위에 걸터앉아 있는 매유진.
어딘가 멀리 시선을 날리고 있다.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뭘까?
분명 무슨 기운이 느껴진 것도 같은데....
그런 그녀의 반응에, 갑자기 왜 그러냐며 현무파천궁이 말을 건다.
................ 그럴 리는 없어. 100장 안엔 어떤 사람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어렴풋이 느껴져.... 화룡지보의 기운이.... ! .................
<에필로그>
뭔가 이야기 보따리가 잔뜩 풀어진 느낌입니다.
보고 싶었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서 그런가요?
천마신군
홍균
흑풍회
검마
매유진
떠벌이 현무파천궁까지...
이야기도 전개에 탄력이 붙은 모양입니다.
신지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죠.
매유진까지 신지로 향할 모양입니다.
동령으로 향하는 홍균과 흑풍회의 여정이 순탄할까요?
그곳에는 신녀와 노호가 있는데 말입니다.
거침없이 신지로 향하고 있는 한비광, 담화린과 응목은 또 어떤 험한 상황이 그들을 맞이할까요?
늘 그랬지만....
요즘 열혈강호.....
정말 재미있습니다!!!
딱~ 내 스타일!!!
이런 게 바로 열강 스타일!!!